지난 금요일, 첫 직장 동료의 퇴사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많은 동료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고, 나 역시도 의심이 확신이 되다 보니 약간의 서운함이 생겼었다.
시그널은 있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직장 다니던 사람이, 내게 이직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인수인계라던지, 고민이 있다고 얘기하는 점, 잦아진 1 on 1 등등
"이 사람 퇴사하겠구나"라고 추측하다가 "건강 보험 자격 상실"이라는 키워드로 인해서 퇴사를 확신했는데,
그날 점심에 바로 이직 소식을 공유해 주었다.
그런 이벤트를 겪고, 이직과 퇴사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엄청나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이런 사회 속에서도 이직과 퇴사를 할까?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대공황이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만 보면, 퇴사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이직은 퇴사와 얘기가 약간 다르지만, 이직 역시도 많은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이직과 퇴사를 할까?
특히 MZ라고 불리는 우리들은 부모님 세대와 너무나도 비교될 정도로 그 비율이 높다.
우리 세대에게 평생직장은 없다.
노동자가 회사에서 바라는 것은 돈, 인정, 커리어의 방향, 배움 이 네 가지 인 것 같다.
- 열심히 일 한 만큼 충분히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가?
- 열심히 일 한 만큼 상사와 임원들이 노고와 성과를 알아주는가?
- 현재 하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 현재 하는 일이 내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4번은 3번과 약간 다르다. 현재 하는 일이 원하던 직무가 아니어도 향후 회사생활을 하거나 내 삶을 꾸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중에 하나가 만족스럽게 채워지거나 2~3개만 충족되어도 웬만하면 다니는 것 같고
4가지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고민 없이 퇴사하거나 이직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세대는 불안한 만큼, 선택지도 매우 많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계획을 정말 철저하게 세우는 편이다.
내 성향상 그렇다.
보험을 들어둔다고 할까? 내 인생이 최악으로 치닫는 순간까지도 생각을 한다.
이런 상황이 내게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상담에서도 그런 내 모습이 독이 되는 순간이 많을 거라고 언급될 정도로
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상상하려는 편이다.
회사를 예시로 들어보면
1.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번다.
1-1.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을 한다.
1-2.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이직준비를 한다.
1-3.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개인 사업 준비를 한다.
1-4.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만족한다.
2. 현재 회사에서 곧바로 퇴사한다.
2-1. 지인 사업에 참여한다.
2-2. 친척 사업에 참여한다.
2-3. 개인 사업을 시작한다.
2-4. 개발자로서 재취업을 준비한다.
2-5. 부업을 본업으로 전환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2-6. 다시 학교로 가서 공부를 한다.
2-7. 이 모든 게 안되면 기피 블루컬러 직종 직업훈련을 받는다.
2-8. 이조차도 안되면 결혼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에서 산다.
3. 현재 회사에서 잘린다.
3-1. 2번 하위항목과 동일.
3-2. 실업급여를 수령한다.
단순 회사에 대한 생각도 1분 만에 이렇게 나열할 수 있다.
근데 그게, 그만큼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아서 그렇다.
하루만 생각해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정말 엄청나게 많다.
돈벌이 관점이든, 자아실현의 관점이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현시점에서 우리 세대의 잦은 이직과 퇴사가
"우리 세대는 불안한 만큼, 선택지도 매우 많다"라는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앞으로도 퇴사와 이직은 별로 이상한 현상이 아닐 것이다.
나와 주변 동료들 모두
시절인연
마지막으로 시절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주변에 깊게 교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시절인연을 맺고 있다.
10년 이상 연락하는 사람이 3명 미만이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사기업, 그 안에서 개발업계는 이직과 퇴사가 잦아서 더 그럴 것 같다.
그런 시절인연에 대해서 너무 개의치 않긴 하지만
평소에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정이 들다보니 서운함을 감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누군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일 때도 그럴 테니
이번에도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려 하며,
이번에도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세상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과 결과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미래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 본인의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라면,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면 후회 없이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저 감사함만 남기려고 한다.
함께 했었음에 감사함을.
그 사람을 알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첫 직장 동료이자 일도 잘하고 사람도 좋은 송책임의 이직을 서운해하면서,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